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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음악 창작 수업, 어떻게 해야 할까? - 한국음악교육학회 겨울 연수 후기(1)

by 김돌민 2024. 1. 15.

평소에 음악을 많이 좋아하기도 하고, 실제로도 음악과 관련한 여러 취미를 갖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음악이나 예술과 관련한 업무도 종종 맡아 왔다. 하지만 여전히 음악 수업은 나에게 어렵기도 하고, 정작 최근 몇 년간은 음악 수업을 제대로 해 본 기억이 없다. 그래서 음악 수업 연수가 있으면 가능한 많이 찾아가서 듣는 편이다. 

마침 공문게시판에 한국음악교육학회 주관 겨울방학 교원연수 공문이 보이길래 냉큼 신청했다. 주제는 창작 수업. 2009 개정교육과정부터 '표현, 감상, 생활화'로 구분되던 영역이, 이번 2022 개정 교육과정에서는 '연주, 감상, 창작'으로 바뀌었다. '창작' 영역이 독립된 영역으로 제시된 것. 그렇다면 이를 어떻게 지도해야 할까?

창작 수업 연수 홍보물
매번 찍는 인증샷

창작 수업, 왜 하지?

전주교대 최은아 교수님의  강의로 연수 일정이 시작되었다. 최은아 교수님의 강의는 이번이 두 번째. 내 기억이 맞다면 초등교사 출신 교대 교수님이시다. 학교 현장에서 많은 경험을 하셨던 교수님 답게, 왜 음악 창작 수업이 필요한지에 대해 많은 말씀을 해 주셨다.

그중 기억나는 대목 하나는, 

모든 예술에서 창작은 기본적인 과정이다.

라는 부분이었다. 

아이들은 자연스럽게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흥얼거린다. 이미 다양한 예술 분야에서 숨 쉬듯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이를 너무 어렵게 생각하고, 정해진 수업 시간 안에 고퀄리티의 결과물을 뽑아내야지!라고 생각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물론 기본적인 음악 지식을 갖추지 못한 아이들과, 이미 사교육을 통해 높은 수준의 음악 지식을 갖추고 있는 아이들의 심한 편차는 여전한 고민거리이다.

스크래치로 남도 민요 만들기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연수에서 제일 기대가 안 되었던 강의였다. 아무리 AI, SW, 에듀테크가 범람한다고 해도 '스크래치'와 '국악'의 조합이 말이 되나? 싶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생각보다 재미있었다. 이걸 이렇게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광주교대 김경태 교수님의 무심한듯 툭툭 던지는 유머러스한 강의도 굿.

우선 남도 민요의 기본 선율인 '육자배기토리'를 활용하여, 기본적인 창작 원리를 익혀 간단한 창작을 해 보았다. 떠는음, 평으로 내는 음, 꺾는음을 기호로 나타내고, 요 세 가지 음을 활용하여 3소박 4박 장단을 만들었다. 첫 음은 '미', 종지음은 '라'로 정했다. 칸에 기호만 그려 넣으면 되는 간단한 방법이었고, 오선지에 음표 길이를 계산해 가며 적는 창작이 아니다 보니, 초등학교 아이들도 쉽게 할 수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딸: "아빠 올때 풍년제과 초코파이 사와~"

창작한 내용을 가지고 스크래치에서 음을 배열했다. 실제 가야금 소리를 각 음별로 1박, 2박, 3박으로 미리 녹음해 놓은 블록이 있었고, 이 블록들을 순서대로 쌓으니 손 쉽게 내가 만든 곡을 연주할 수 있었다. 교사들보다 아이들이 더 쉽게 잘할 것 같은 느낌. 6학년 담임 하게 되면 실과 시간에 블록코딩 배운 이후에 한 번 써먹어 봐야겠다.

교수님 J이신듯

누구나 주인공, 학교 뮤지컬

오후 강의는 학교 현장에서 아이들과 뮤지컬을 꾸준히 실천하고 계시는 김찬성 선생님의 강의였다. 무엇이든 한 가지를 현장에서 꾸준히 실천하고 계신 선생님들을 보면 참 멋지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분들의 이야기엔 진실함이 담겨 있고, 눈이 참으로 반짝인다. 김찬성 선생님에게도 그런 느낌을 받았다.

내가 학교 뮤지컬을 할 수 있을까? 라는 물음엔 솔직히 '그렇다'라는 답을 못하겠지만(^^), 선생님의 강의 중에서 몇몇 아이디어를 얻었다. 가능한 모든 형태의 아이디어 인정해 주기, 리액션을 통해 성장하기. 특히 학생들의 삶을 음악 활동 속으로 자연스럽게 옮겨 놓으며 스스로 성장하도록 돕는 선생님의 아이디어는 참 멋졌다.

무엇보다 참 열심히 살아야겠다, 라는 다짐을 한번 더 했다.

아이돌보다 이젠 아이둘이 어울리는 나...
리액션 위에 액션, 태도 위에 에너지!

첫날 연수가 끝나고 집에 돌아가는 길에 풍년제과에 들러(난 아직도 어디가 원조인지 모르겠다) 초코파이를 샀다. 날은 춥고 차는 따뜻해서 중간에 휴게소에도 들렀다. 힘들긴 해도, 이렇게 좋은 연수를 들은 날은 마음이 참 따뜻하다. 내일은 어떨까, 기대가 된다.

2024. 1. 11.(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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