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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

지구에서 영어 생활자로 살아남는 법 - 백애리 작가님 북토크 후기

by 김돌민 2024. 1. 9.

실천교육교사모임에서 주최한 백애리 작가님의 북토크에 다녀왔다. 장소는 서울역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라고라(서울역 3번 출구, 서울특별시 중구 세종대로 13 화남빌딩 6층)'라는 이름의 작은 공유 공간. 창 밖으로 숭례문이 바라보이는 정말 멋진 곳이었다. 주중 내내 겨울 답지 않게 따뜻하던 날씨는 주말을 기념하여(?) 약간의 한파와 눈발을 몰고 왔지만, 그럼에도 전국에서 약 20여 명의 교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개인적으로는 오늘 북토크 이후에 있을 프랑스 교육탐방 사전모임에 참석할 목적이 더 컸다. 그래서 북토크 참석 신청을 해 놓고도 작가님의 책, <지구에서 영어 생활자로 살아남는 법>을 구입 안 하고 있다가 뒤늦게 구입했는데, 정말 오랜만에 앉은 자리에서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읽었다. 작가님이 한국 사회에서 어떤 고민을 하고 살아왔는지, 한국 사회를 떠나서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왔는지 솔직하고 담백한 고민들이 책에 담겨 있었다. 

그래서 더 궁금해졌다. 작가님은 어떤 분일까? 그리고 아마도 지면관계상 싣지 못했을 내용들, 예를 들면 '왜 해외 어학연수를 떠나셨으며, 왜 NGO에 지원하셨을까?'와 같은 궁금증을 안고 '라고라'에 도착했다.

라고라 창 밖으로 보이는 숭례문 전경.
북토크 시작 전, 작가님과 간단한 이야기 나누는 중

Speak my mind

작가님의 책을 읽다 보면 자신의 목소리를 제대로 내지 못하고 살아왔던 한국 사회에서의 모습과, 용기를 내어 참지 않고 목소리를 내며 살아간(그것도 영어로! 부럽다!) 해외에서의 모습이 대비되어 보였다. 그럼 작가님이 가지고 있는 본질적인 자아는 어느 쪽에 더 가까웠을까? 아마도 당당하게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후자의 모습이었을 것이다. '막내 작가가 당연히 숟가락을 놓아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얼마나 답답하고 힘드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평소 얼마나 나의 목소리를 내며 살았을까? 사실 작가님의 책에 등장한 인물 중 감정이입이 되었던 분이 한 명 있었는데, 미국 어학연수 시절 일본인 친구였다. 미국인이 내 영어를 잘 알아듣지 못할까 봐 속상해하고, "what?"이라 되묻는 소리에 주눅 들고, 자신감을 잃어버린 그녀의 모습이 나와 많이 닮아 보였다. 나라면 어떻게 했을까? 아마 점차 쪼그라들어서 그냥 내 목소리를 감추고 살아갔을지 모르겠다.

이번 북토크에서, 작가님이 시작부터 몇 번이고 강조했던 문장이 있다. 메기 쿤의 말을 인용한 아래 문장이다.

Speak your mind even if your voice shakes

 

불현듯 내가 'speak my mind' 하지 못했던 수 많은 순간들이 먼지처럼 뿌옇게 떠올랐다. 내가 그때 그 학부모에게 내 마음을 솔직히 표현했더라면, 내가 그때 그/그녀에게 솔직한 내 마음을 전했더라면. 앞으로의 나는 작은 것부터 실천하며 내 생각을, 내 마음을 표현하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 보았다(INFP 힘내자).

백애리 작가님과, 저 멀리 보이는 숭례문
작가님이 고민하며 PPT에 넣으셨다는 문장. 전적으로 동감했다.
Keep learning, 나의 한계는 내가 정하기

또 하나의 배움, 'Keep learning'

종업식 전, 조촐한 퇴임식을 전체 직원회의 시간에 열었다. 곧 정년퇴임을 앞두신 선생님이셨는데, "8살 부터 지금까지 학교만 다니던 인생에서 벗어납니다"라는 위트 있는 말에 다들 웃음을 지었었다. 이렇듯 인생의 절반 이상을 학교에서 보내는 우리는 사실 마음만 먹으면(?) 쉽게 정체될 수 있는 환경에 놓여 있다.

15년 차 교사인 나에게 요즘 큰 고민인 부분도 바로 요런 부분이다. 학교에서 수업 얘기가 많이 줄어가고, 대신 업무 얘기를 많이 하는 요즘이다. 관성(이라 쓰고 '타성'에 가까운)적인 수업에 나도 아이들도 조금씩 지쳐가는 요즘, 앞으로의 나는 어떤 자세로 삶을 살아가야 할까 하는 고민을 많이 하고 있었다.

그래서 이날 작가님의 "Keep learning"이라는 말이 마음에 오래 남았다. 나의 내면이 무엇을 원하는지, 내 목소리가 무엇을 말하고 싶어 하는지 끊임없이 점검하고, 계속해서 무언가를 배우려는 자세를 잃지 말자. 여기에 하나 더해서, '배워서 남 주는' 우리 직업의 본질을 잃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지.

전국에서 모이신 선생님들!

북토크가 끝나고, 작가님게 사인도 받고, 같은 건물에 있는 식당에서 보쌈 정식을 먹으며 선생님들과 프랑스 교육탐방 관련 이야기를 나눴다. 온라인에서는 낯익은 이름들인데 실제로는 처음 뵌 분들이라 조금은 낯설었지만, 이내 서로의 과거 여행 썰들을 풀어놓으며 즐거운 시간을 가졌다. 그러다가 버스 시간이 다 되어 먼저 식당을 나섰다. 다음 달, 파리에서 만나요!라는 인사와 함께(인사 좀 멋진 듯).

서울에 오면 늘 지하로만 다니는 기분이라, 돌아가는 길엔 고속버스터미널까지 가는 시내버스를 탔다. 마침 버스 정류장이 숭례문 앞이라, 서울 놀러 온 관광객처럼 사진을 몇 장 찍고 버스를 탔다. 숭례문에 불이 났던 2008년 2월, 나는 임용 시험 준비를 위해 노량진에 있었다. 나의 교직 경력과 비슷한, 새로 복원된 숭례문의 모습이 이 날따라 눈에 오래 남았다. 

버스 타기 전 바라본 숭례문 야경

2023. 12. 16.(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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