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시충남교향악단 주관, 가정의 달 맞이 '쿵짝쿵짝! 가족 음악회'에 다녀왔다. 이 날의 메인 연주곡은 '피터와 늑대'. 동아출판사 4학년 음악 교과서에 등장하는 제재곡이기도 해서 더욱더 오고 싶었기에, 공연 포스터를 보자마자 티켓팅 완료! 한 시간이 조금 넘는 짧은 공연이었지만, 오랜만에 가족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특히 올해 오케스트라에 대해 무지한 상태에서 학교 오케스트라 업무를 맡은 나에겐 이번 공연이 큰 배움의 시간이기도 했다.
순식간에 관객을 몰입하게 만든 오프닝, <박쥐> 서곡
첫 곡은 요한 슈트라우스 2세 작곡, 오페레타 <박쥐> 서곡이었다. 빠르고 강하게 시작되는 도입 부분, 부드러운 왈츠 느낌의 중간 부분, 그러다 다시 빠르고 강하게 곡이 마무리 되며 첫 곡부터 강한 임팩트를 주었다. 프로그램의 앞부분에 너무 많은 힘을 주는 건 아닌가 싶을 정도로 강렬했다.
몇 가지 인상깊은 부분들이 있었는데, 그중 하나는 지휘자가 입장하여 관객에게 인사 후, 무대를 정비하거나 호흡을 고르는 시간 없이 약 1~2초의 짧은 텀을 두고 바로 곡을 시작한 점이었다. 약간은 어수선한 관객석이 순식간에 조용해지고, 곡에 몰입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음악회의 언어는 오직 '음악'이어야 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온 가족이 함께 따라부른 가요, 동요 메들리
첫 곡이 끝나고 지휘자가 마이크를 잡았다. 이번 공연의 의미, 곡 설명 등을 하며 능숙하게 공연을 진행하는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다음 프로그램은 가요 메들리. 뉴진스의 <디토>, 아이브의 <I am>, 비비의 <밤양갱>이 오케스트라 편성으로 편곡되어 연주되었고, 아이들은 함께 노래를 따라 불렀다. 노래의 멜로디를 있는 그대로 연주한 것이 아니라, 화성에 변화를 주거나 주 멜로디를 주제로 하여 새롭게 변주를 하는 등, 곡의 변화가 참 재미있었다.
나름 최신곡(?)들이 연주된 이후엔 동요 메들리가 이어졌다. 이번엔 어른들이 흥얼거릴 차례. 과수원길, 초록바다, 노을, 반달 등의 동요 멜로디가 주제를 넘나들며 아름답게 변주되고, 또 새롭게 등장하며 조화롭게 연주되었다.
메들리가 끝난 후, 관객들 중 몇 명을 무대로 불렀고, 무대 위에서 다양한 타악기를 직접 연주해 보는 시간도 꽤 인상적이었다. 나중에 관객참여형 공연을 기획하게 된다면 나도 이렇게 해 봐야지.
악기의 음색 차이가 뚜렷했던 메인곡, <피터와 늑대>
<피터와 늑대>는 등장하는 각 인물을 음색의 차이가 뚜렷한 악기를 활용하여 재미있게 표현한 곡이다. 피터는 현악 4중주, 할아버지는 바순 등. 거기에 동화 내용을 읽어주는 내레이션이 더해지며, 음악에 스토리를 입혀간다. 어린이들도 쉽게 곡을 이해할 수 있도록 재미있게 구성된 연주였다.
다만 곡의 길이가 30분은 넘는 곡이다 보니, 앞서 짧은 호흡의 곡들을 연달아 들었던 어린이 관객들에겐 조금 힘들었나 보다. 그리고 앞에서 거의 싱어롱 콘서트를 해서 그런지, 피터와 늑대 연주 내내 구시렁거리던 내 앞의 할아버지. 잊지 않을 겁니다. ㅜㅜ
<나팔수의 휴일>로 멋진 마무리!
앙코르곡은 르로이 앤더슨의 <나팔수의 휴일>이었다. 경쾌한 트럼펫 연주와 쉴 틈 없이 몰아치는 속도감, 깔끔한 마무리까지 앙코르곡으로 손색이 없었다. 피터와 늑대로 마무리하기엔 뭔가 아쉬운 느낌이었는데, 이 앙코르곡으로 뭔가 시원하게 사이다 한 잔 하며 입가심한 그런 느낌이 들었다.
엄숙한 공연도 좋지만, 때론 요런 가벼운 공연이 주는 즐거움도 참 큰 것 같다. 저렴한 티켓 값을 지불하고 큰 만족을 얻은 것 같아 기분이 좋다. 한편으로는 이런 공연들을 종종 찾아 다녀야겠다는 생각도 든다. 오래간만에 귀가 호강한 5월의 어느 날이었다.
2024. 5. 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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